추억의 한컴타자연습을 설치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예전의 베네치아 타자연습과는 좀 다르다. 베네치아 게임이 그립다. 그 외 단문, 장문 연습은 비슷하다. 아직도 메밀꽃 필 무렵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면.
타자 속도는 평균 400 정도 되었다. 타자 속도가 빠를수록 글을 쓰는 데 유리하다는 글을 읽었다. 빠르면 생각을 글이 빨리 따라 잡을 수 있으니까 그만큼 생각이 휘발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 속기사도 그런 맥락에서 출현한 것이다. 원래 쓰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느린데, 타자라는 것이 인간을 그만큼 글씨를 빨리 쓰게 해주었다. 속기사는 듣는 대로 쓰니까, 즉 말하는 속도로 쓸 수 있다는 것이 되겠다. 그들의 자판은 일반인이 쓰는 자판과 다르기 때문에 타자 속도가 1300 이상도 나온다고 한다.
왜 타자 게임을 하면 재미있을까? 사실 타자 게임만큼 원시적인 게임도 없다. 그런데 게임이 주로 머리를 써서 하는 것이 많다고 할 때, 타자 게임은 머리를 쓰는 게임이 아니다. 손가락을 운동시켜주는 게임인 것이다. 모든 운동은 나름대로 엔돌핀을 생성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타자 연습도 손가락 끝에서 엔돌핀을 솟아나게 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손에 힘을 너무 주거나 하면, 손가락이 아플 수도 있기 때문에, 타자를 치면서 손에 적당히 힘을 주는 연습을 해야겠다. 물론 손으로 직접 연필이나 펜을 들고 쓰면 같은 양을 쓸 때 손에 더 무리가 간다. 하지만 사람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판을 쳐도 언젠가는 손이 아픈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그래도, 자판기라는 것은 정말 위대한 발명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주로 오른손잡이이기 때문에 손으로 글씨를 쓰면 오른손만 쓰게 된다. 언젠가는 왼손으로 한번 써보려고 했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그만큼 굳은 손가락을 단련시키기는 힘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타자를 칠 때면, 오른손, 왼손 구분이 적어지는 것을 발견한다. 물론 내 믿음에는 왼손 자판을 칠 때 더 오타를 많이 내는 것 같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타자를 칠 정도는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아무리 오른손잡이라 하더라도 타자기에서 왼손을 쓰지 않으면 타자를 칠 수 없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상한 것은 타자를 칠 때 어떤 키가 어느 위치에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없다. 그냥 자동으로 치다 보니까 어떻게 쳤는지 모르는 것이다. 마치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 어떻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는지 묻는 것과 같다. 자전거를 타는 것은 그냥, 타다 보니까 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사실은 우리가 하는 것의 대부분이 그렇다. 할 수 있을까 궁금해하지 않고, 그냥 뛰어들어서 허구한 날 하다 보니 어느날 나도 모르게 할 수 있게 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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